선택에 확신이 없던 시기

2026. 2. 18. 09:15·선택과 판단

결정을 내리고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시간

나는 결정을 끝냈다고 생각한 날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분주해졌다. 낮에는 분명 괜찮다고 여겼는데, 밤이 되면 다른 장면들이 떠올랐다.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, 조금 더 기다렸다면 더 나은 답이 나오지 않았을지 상상이 이어졌다. 이미 지나간 갈림길을 머릿속에서 다시 세워두고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. 확신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흔들리지는 않았을 텐데,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또다시 비교를 멈추지 못했다. 선택은 한 번이었지만,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.

 

겉으로는 담담하게 굴었다. 주변에서는 충분히 고민한 것 아니냐고 말해주었지만, 그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. 마음 한쪽에서는 아직도 판정이 보류된 것처럼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. 확신이라는 도장이 찍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.

안전해 보이는 답을 고르며 스스로를 설득하던 날들

예전의 나는 대체로 무난한 쪽을 택했다. 눈에 띄지 않고, 크게 튀지 않으며, 설명하기 쉬운 선택. 혹시 누군가 이유를 묻더라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쪽을 고르면 안심이 됐다. 마음이 조금 덜 끌리더라도, 위험해 보이지 않는 방향이면 괜찮다고 여겼다.

 

그렇게 고른 선택들은 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었다. 큰 실수도 없었고, 남들 기준에서도 나쁘지 않았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기쁘지 않았다. 시간이 지나면 꼭 이런 생각이 따라왔다. ‘조금은 다른 길을 가볼 수도 있었는데.’ 그 문장은 조용했지만 집요했다.

 

나는 안전한 답을 고르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던 이유를 한동안은 알지 못했다. 그저 내가 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.

멈춰 선 채로 기회를 흘려보냈던 장면

한 번은 선택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적이 있다. 결정해야 할 기한은 다가오는데,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다. 마지막까지도 더 나은 답이 떠오르길 기다렸다. 결국 시간은 흘러갔고, 선택지는 사라졌다.

 

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조용했다. 잘못 고른 것도 아닌데 묘하게 허탈했다. 실수했다는 자책보다 ‘아무것도 하지 않았다’는 사실이 더 크게 남았다. 나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. 완벽하지 않은 선택보다, 선택하지 못한 시간이 더 오래 후회로 남는다는 걸.

 

그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. 이후로는 망설이는 나를 볼 때마다 그날의 공기가 떠올랐다.

밤거리에서 뒤를 돌아보며 잠시 멈춰 선 사람의 모습

확신을 기다리기보다, 기준을 세워보기로 했다

그 뒤로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았다. 나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대신,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적어보기 시작했다. 남들이 보기 좋은 선택인지보다,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선택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정해두었다.

 

나는 완벽한 확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. 마음이 완전히 고요해지는 순간을 기다리다가는 또 멈춰 설 것 같았다. 그래서 작은 신호를 보기로 했다. 생각했을 때 숨이 조금이라도 덜 답답해지는지, 상상했을 때 표정이 조금 풀리는지. 사소해 보이지만 그 감각이 생각보다 분명했다.

 

기준이 생기자 고민의 모양도 달라졌다. 여전히 갈등은 있었지만, 방향은 보였다. 모든 답을 다 쥐려고 애쓰지 않아도 됐다.

최근에야 비로소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

조용한 방 안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

얼마 전 또 하나의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. 예전 같았으면 며칠은 붙잡고 있었을 상황이다. 이번에는 오래 끌지 않았다. 적어둔 기준을 다시 읽어보고, 마음의 반응을 확인했다. 불안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, 그 불안이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.

 

결정을 내린 뒤에도 예전처럼 계속 비교하지는 않았다. 선택한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. 혹시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그때의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.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생각했고, 그 기준 안에서 고른 답이었으니까.

이제는 확신보다 태도를 믿고 싶다

나는 선택에 확신이 없던 시기를 지나며 알게 된 것이 있다. 확신은 선택 전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, 선택을 지나며 조금씩 쌓이는 감각에 가깝다는 것. 처음부터 흔들림이 없는 상태를 기대할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.

 

지금은 완벽한 답을 찾겠다는 마음 대신, 나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붙잡고 있다.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, 어떤 방향에서 더 오래 웃을 수 있는지 계속 묻는다. 흔들림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, 적어도 멈춰 서서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으려 한다.

 

앞으로도 선택은 계속될 것이다. 그때마다 또 고민하겠지만, 예전처럼 확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생각이다. 부족한 확신을 안고서도 한 걸음 내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. 그 태도만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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